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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의 전쟁中’ 필리핀도 반한 韓마약 검출기…5분내 6개 마약 '꼼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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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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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마약 검출기, 필리핀 당국서 ‘호평’

세계 최초 ‘마약 6개 성분 검출기’ 필리핀 수출

소변 소량에 5분 내 각종 마약 투약 여부 간이검출

"마약이 ‘창’이면, 검출기는 ‘방패’…예방에 기여"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중소기업 연구 단지 내 중소기업 신진메딕스 연구소. 흰색 가운을 입은 한 연구원이 가로 4cm, 세로 9cm 사각형 형태의 ‘마약 검출기’를 마약 성분 시약이 든 컵에 잠깐 담갔다 뺐다. 5분이 지나지 않아 ‘필로폰’ ‘모르핀’ ‘코카인’ ‘엑스터시’ ‘암페타민’ ‘마리화나’ 등 총 6개의 마약 종류가 적힌 칸 아래 붉은 선 한 줄이 선명하게 생겼다. 선이 한 줄이면 ‘양성’, 두 줄이면 ‘음성’을 뜻한다. 많이 검출된 마약 성분일수록 선의 색이 진하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필리핀 정부가 한국산 마약 성분 검출기를 주목하고 있다. 이 업체가 개발한 마약 성분 검출기는 소변 소량으로 6개의 마약 성분을 5분 이내에 검출한다.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지난해 말 필리핀 식품의약안전처(FDA)의 승인을 받았고, 올해 초에는 필리핀 정부와 62만 5000개 규모의 1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한 연구실에서 마약 성분 검출기를 이용한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최지희 기자
◇‘마약과의 전쟁’ 필리핀에 韓마약 검출기 최초 수출

7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지리적 특성상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는 거대 마약밀매 조직들이 애용하는 환적 지점이다. 마약이 활발히 드나드는 만큼 필리핀인들은 쉽게 마약을 접하게 된다.

필리핀 마약단속청(PDEA)에 따르면 필리핀 인구 1억 800만 명 중 700만 명 이상이 마약을 투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의 6.5% 이상이 마약에 손을 댄 셈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마약 투약자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수천만에 이를 것이라고 필리핀 당국은 보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마틴 디노 필리핀 내무부 차관과 현지 경찰청 수사국장, 마약국장 등 필리핀 고위급 인사 15명이 신진메딕스 본사를 찾았다. 마약 검출기 생산시설을 둘러보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시 방문한 필리핀 인사들은 "자국에선 마약 1~2종 키트만 봐왔는데 6종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다니 너무 신기하다"며 손뼉을 쳤다고 한다.

총 6가지 마약 성분을 검출할 수 있는 마약 검출기. 각 칸에 붉은색 한 줄이 뜨면 양성(오른쪽), 두 줄이 뜨면 음성을 뜻한다. /박주연 인턴기자
한국산 마약 검출기가 필리핀에 수출된 사례는 최초다. 현지 FDA 승인을 받은 것도 이 업체가 유일하다. 현재 세계 마약 성분 검출기 시장은 미국산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산이 따르고 있다. 한국 경찰청 등 국내에서 쓰이는 마약 검출기도 국내산이 아닌 수입품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관행 신진메딕스 대표는 "필리핀 당국이 추후 면허증을 발급받는 사람들을 상대로 마약 검출기를 이용해 간이 검사를 필수적으로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년 250만 명이 면허증을 신규로 취득하는데, 시중에서 많이 유통되는 마약 6가지의 성분을 검출할 수 있어, 마약 범죄 예방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韓마약 청정국 옛말…"간이 마약 검사 필요성 커져"

한국도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마약류 사범은 2012년 9255명, 2013년 9764명, 2014년 9984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1만1916명으로 ‘마약사범 1만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난 9일 필리핀에서 수입할 마약 검출기 등을 보기 위해 생산회사에 방문한 마틴 디노(오른쪽) 필리핀 내무부 차관이 신진메딕스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신진메딕스 제공
국제연합(UN)은 통상 국민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인 경우 ‘마약 청정 국가’로 인정한다. 한국은 2016년 국민 10만 명당 마약사범 28명을 넘어서 마약 청정국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후에도 마약 사범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국내 전체 마약 사범 숫자는 2015년 1만 1916명, 2016년 1만 4214명, 2017년 1만 4123명, 2018년 1만 2613명 등을 기록해 왔다. 지난해 마약류 압수량은 총 517.2㎏으로 2017년 압수량 258.9㎏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대표는 "마약이 ‘창’이라면, 마약 검출기는 ‘방패’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마약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마약 투약을 하면 언제든 쉽게 적발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와 국제 우편 등 마약이 들어오는 경로와 방식이 다양해져 한국에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간단하게 마약을 적발할 수 있는 검출기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최지희 기자 hee@chosunbiz.com] [박주연 인턴기자(연세대 UIC 아시아학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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